top of page

빛의 에너지, 그리고 표준색상

 

특정한 파장을 가진 순수한 빛이 있다. 그것은 원자 내의 전자가 에너지 준위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이할 때 두 에너지 준위의 차이만큼의 빛을 방출하면서 생긴다. 전자기파의 한 형태인 가시광선도 그만의 광자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값은 빛의 주파수와 플랑크 상수의 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주파수는 빛의 파장과는 반비례 관계로,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파장은 짧아지고 색상은 자주색에 가까워진다.

 

인간의 눈은 세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가시광선 영역(빛의 약 380~780nm) 중에서 긴 파장을 감지하는 빨강(L), 중간 파장을 감지하는 초록(M), 짧은 파장을 감지하는 파랑(S) 세포이다. 각각 감지된 신호는 LMS 또는 R, G, B로 표시한다. LMS 신호는 뇌로 그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망막에서 신호들이 상호 결합하여 세 종류의 대응 채널_A채널(LMS 신호의 합), R-G 채널(L+S에서 M을 뺀 것), Y-B 채널(L+M에서 S를 뺀 것)로써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원추세포에 의한 R, G, B 신호들이 상호 결합하면서 Y(노랑)가 추가된다. 이 4가지 색상정보의 조합으로 인간은 세상의 모든 색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인간이 색상을 인식하는 원리는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부터 시작하여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단 몇 종류의 원추세포로 세상의 모든 색을 인식하는 것처럼, 만일 기본색상을 구할 수 있다면 단 몇 개의 물감만으로 수많은 색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분광광도계를 이용하여 물감의 색을 측정하고, 이를 분석해서 표준색을 찾는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색상이라고 칭하는 것은 사실 인간의 신체를 통해 가시광선을 감지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측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표준색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물체색은 빛을 반사하는 색상을 눈으로 감각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다르고 지역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예를 들어 지구에 태양 빛이 비추는 조건과 같은)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표준색은 없다고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한 국가의 정부는 행정 전반에 걸쳐 쓸 수 있는 공공디자인 색상표준을 정하게 되는데, 이를 비교해 보면 나라마다 정의하는 ‘빨강’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암묵적으로 정해놓은 표준색은 있다.

 

가시광선은 그 에너지에 따라 Magenta → Blue → Cyan → Green → Yellow → Red로 점진적인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색공간 HSB의 형태와 유사하다. HSB에서 H는 색상, S는 채도, B는 명도를 뜻한다. 여기에서 색상의 0도는 빨강(R), 60도는 노랑(Y), 120도는 녹색(G), 180도는 시안(C), 240도는 파랑(B), 300도는 마젠타(M)를 가리키고 있다. 따라서 HSB를 물리학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이 서술할 수 있을 것이다.

 

  • 색상(H)은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빛의 파장과 반비례한다 (H의 값이 작을수록 빛의 파장은 길어지고, H의 값이 클수록 빛의 파장은 짧아진다).

  • 채도(S)는 다른 길이의 파장들이 혼합되지 않은 빛의 순수한 정도이다.

  • 명도(B)는 빛의 양이다. 

 

물감 중에서 표준색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색상은 원색에 근접하지만 채도와 명도가 낮아서 원색처럼 보이지 않는 물감도 있었고, 채도와 명도는 높지만 색상을 만족하지 않는 물감도 있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표준색을 찾기 위한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이 공식에 맞추어 측정한 데이터를 대입하면 물감 중에서도 표준색에 가장 가까운 색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이 공식은 개인의 작업에 한정되며, 향후 단계적으로 보완될 수 있다.

 

  • 분광광도계로 알아낸 물감의 HSB값 중에서 색상의 각도가 0, 60, 120, 180, 240, 300도에 가까운 6가지의 색.  단, 채도와 명도의 합이 140 이상이어야만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얻은 6개의 물감은 다음과 같다. 실험대상은 조소냐(Jo Sonja) 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감이었고, 이 중 Napthol Red Light(RED), Cadmium Yellow Light(YELLOW), Brilliant Green(GREEN), Aqua(CYAN), Ultramarine Blue Deep(BLUE), Brilliant Magenta(MAGENTA)가 기준에 부합했다. 여기에 Titanium White(WHITE)와 Carbon Black(BLACK)이 추가되어 총 8개의 물감으로 구성된 표준색이 만들어졌다.

 

표준색이 구해졌으니 앞으로는 이 색상들끼리의 혼색 실험을 진행할 차례다. 먼저 혼합비율에 맞추어 물감 중량을 재서 혼색 시료를 만든다. 그리고 각각의 색을 분광광도계로 측정하여 그 데이터를 분석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 실험은 표준색으로 수만 가지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는 조색법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bottom of page